"제네시스? 50대가 타는거죠"…3040은 BMW, 테슬라 꽂혔다
강호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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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국내서 승승장구 비결주변 시선 의식 '하차감' 중시수입차 차종 다양화·할인혜택AS센터 크게 늘며 단점 보완젊은층 생애 첫 차 구매 잇따라BMW 구입 10명 중 7명 3040제네시스는 절반이 5060 대조국산차, 충성고객 확보 안간힘◆ 수입차 시장 대해부 (下) ◆한국 수입차 시장은 이제 세계에서 손꼽힐 만한 규모가 됐다. 수입차 1·2위를 달리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경우 한국이 세계에서 판매량 기준으로 5위에 해당하는 나라가 됐다. 미국·중국 등 인구 대국과 자동차 원조 국가인 독일·영국 바로 뒤에 한국이 자리한다. 포르쉐와 마세라티, 람보르기니 등 슈퍼카를 다수 보유한 유명 브랜드들 역시 판매량으로 보면 한국이 세계에서 10위권 안에 든다.국내 수입차 시장을 주도하는 핵심 구매층은 '3040세대'다. 30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0세 이하 고객들은 수입차를 총 6만2581대 구매했다. 지난해 연간 수입차 신차 등록 대수(27만6146대)의 22.6%에 달한다. 국산차 브랜드와 비교해 보면 3040세대의 수입차 선호도를 확인할 수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제네시스 승용차 구매자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대는 50대다. 기아는 40대(26.7%)가 가장 많은 편이지만 현대차그룹 전체 구매자로 보면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41.3%에 이른다. 제네시스는 5060세대가 절반을 넘는다.반면 수입차 주요 구매층은 이보다 훨씬 젊다. BMW 승용차 구매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대는 30대(36.8%)다. 40대(35%)까지 합하면 전체의 71.8%가 3040세대다. 테슬라로 가면 3040세대 비중은 더욱 높아진다. 테슬라 전기차 구매자 가운데 30대는 38.5%, 40대는 37.8%로 둘을 합쳐 76.3%에 달한다.수억 원대를 호가하는 슈퍼카도 3040세대는 거침없이 구매한다. 3040세대 비중을 비교하면 포르쉐가 64.5%, 마세라티가 58.4%, 페라리가 57.9%다. 이는 '구매력'을 갖춘 5060세대가 고가 수입차나 슈퍼카를 탈 것이란 예상과는 다른 결과다.3040세대에게 자동차는 자신을 드러내는 '패션'과도 같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차에서 내릴 때 주변 시선을 의식하는 이른바 '하차감'이 우선이다.마세라티를 타는 전업투자자 김 모씨(30)는 "길거리에 나가도 내가 타는 차를 찾기 어렵다"며 "정체성을 차로 표현하고 싶어 마세라티 차량을 샀다"고 말했다. 여전히 국산차와 수입차 간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선호도는 엇갈렸다. BMW '3시리즈'를 타는 직장인 홍 모씨(36)는 "국산차보다는 폼 나는 외제차를 타고 싶었다"고 말했다.BMW를 끄는 이 모씨(34)도 "국산차는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때마다 디자인이 너무 많이 바뀌고 예전 차는 금세 구형 차가 되는 느낌"이라며 "아무리 비싼 기존 국산 모델을 사서 타도 어느새 곧장 옛 차가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수입차 시장이 성장한 또 다른 이유는 가격 문턱이 낮아졌다는 점이다. 국산차 가격이 높아지는 반면 수입차 가격은 차종 다양화로 오히려 떨어졌다.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와 BMW '1시리즈'는 현재 4000만원대에도 구매할 수 있다.대기업 직원인 이 모씨(36)는 최근 BMW 1시리즈를 구매했다. 그는 "국산차와 BMW 해치백 모델 간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기술력이 더 높다고 느낀 브랜드를 선택했다"고 말했다.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과거엔 수입차 자체가 고급 브랜드 이미지가 강해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았다"며 "하지만 국내 자동차 시장이 커지고 다변화하면서 수입차 업체들도 대중 브랜드처럼 다가서며 다양한 차종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수입차 판매량이 늘면서 수입 중고차 시장도 커지는 효과가 생겼다. 중고차 가격이 높게 유지되면서 수입산 신차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는 선순환도 일어난다.중고차 렌탈 시장에서도 수입차의 인기는 높다. SK렌터카는 최근 온라인 전용 '중고차 장기렌터카' 서비스를 지난해 12월 시범실시한 후 최근 정식 출시를 단행했다. 국산 세단과 인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물론이고 BMW 등 인기 수입 중고차로까지 라인업을 확대했다.무엇보다 수입차의 고질적 단점으로 꼽혔던 사후서비스(AS)센터가 많이 늘고 정비 품질도 개선됐다. AS센터 수는 메르세데스-벤츠가 2015년 42개에서 지난해 74개로 늘었으며 같은 기간 BMW(미니 포함)는 67개에서 100개로, 아우디는 31개에서 40개로 증가했다. 과거에 비해 국산차 브랜드 선택지가 좁아진 것도 수입차가 선전하는 이유로 꼽힌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내수 시장에서 25% 가까이 차지했던 국내 중견 3사(르노코리아·쌍용차·한국GM)의 입지가 쪼그라들면서 국내 브랜드 중에선 현대차·기아 정도만 주요 선택지로 남아 있다.수입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국산차 판매부 일선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앞으로 '충성 고객'으로 이어질 3040세대를 잡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 국산차 브랜드 판매 직원은 "만약 생애 첫 차로 수입차를 구매한 소비자가 향후 다시 현대차·기아 차종으로 돌아갈지 의문"이라며 "현대차·기아로선 점점 떠나고 있는 3040세대를 잡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하지만 여전히 국내 수입차업계에서는 한국 시장을 현대차·기아의 독주 체제로 보고 있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한국은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기아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유례없는 독과점 시장"이라며 "그만큼 아직 수입차 시장 규모가 더 커질 여력이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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