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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강석훈 신임 산업은행 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으로 출근하던 도중 산업은행 부산 이전 등을 반대하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에게 가로막혀 있다. 2022.06.08. jhope@newsis.com[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KDB산업은행 뿐 아니라 타 국책은행들에도 '낙하산 인사' 등을 놓고 노사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은 차기 산업은행 회장에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를 임명했다. 강 교수는 임명 다음날인 8일부터 출근길에 나섰지만, 노동조합의 저지에 부딪혀 사흘이 지나도록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 집무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산은은 지난달 9일 이동걸 전 회장의 사임 이후 약 한 달간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였다. 한 달간의 공백 끝에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게 됐지만, 극심한 내부 갈등으로 인해 강 회장은 취임식도 하지 못한채 외부에서 업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산은의 부산 이전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이자 국정과제다. 금융권에서는 강 회장이 인수위에서 윤 대통령의 정책특별보좌관을 맡아 경제정책을 수립하는데 참여해온 만큼, 강 회장이 '부산 이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이에 노조는 부산 이전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낼 때까지 강 회장의 출근길 저지 투쟁을 이어가겠단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신임 회장과 아직 만나지 못했고 의견에 차이가 있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문제는 새로운 수장과 노조간 갈등으로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쌍용차 새 주인 찾기 등 굵직한 현안들이 모두 '스톱' 상태란 점이다. 물론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이 이어지더라도 외부에서 업무 등을 할 수는 있지만, 주요 핵심 업무 등을 추진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현재 산은은 아시아나항공-대한항공 합병, 대우조선해양, 쌍용차 매각 등 구조조정을 해결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떠안고 있다. 산은은 이전 정부에서 대우조선, 쌍용차 등 부실기업 매각을 추진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미완성으로 남아있다.산은 관계자는 "이번에는 이슈가 워낙 첨예하다보니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취임식을 포함해 앞으로의 일정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한국수출입은행(수은)도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방문규 행장이 지난 8일자로 국무조정실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수은은 현재 권우석 전무이사(수석부행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다만 수은도 그간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만큼, 이번에도 잡음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은은 '깜깜이 밀실 인사'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며 지난 2008년 '임원추천위원회 운영 규정'을 도입했지만, 당시 단 한 차례만 실시됐을 뿐 규정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다.아직까지 차기 수은 행장에 대한 구체적인 하마평이 나오고 있진 않지만, 그간 기재부 출신 인사들이 오는 것이 관례였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큰 이변이 없는 한 기재부 출신 인사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지난 2000년 이후 수은 행장 가운데 관료 출신이 아닌 인물은 2014년 취임한 이덕훈 전 행장이 유일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장과 한국은행 금통위 위원을 지낸 이 전 행장 역시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출신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대선캠프에 몸담은 이후 수은 행장으로 임명돼 '낙하산'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이 전 행장은 임명 이후 5일간 노조의 저지로 출근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수은은 금융위원장을 잇따라 배출한데 이어, 이번에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까지 탄생시키며 '고위직 등용문'으로 자리잡고 있다.2009년 제2대 금융위원장인 진동수 전 위원장과 2017년 6대 위원장인 최종구 전 위원장, 2019년 7대 은성수 위원장 모두 금융위원장 임명 직전까지 수은 행장을 지냈다. 금융권에서는 방 전 행장의 영전으로 수은이 정부 고위직으로 가는 '관문'이나 다름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차기 행장 자리를 놓고 치열한 물밑 경쟁이 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임 수은 행장들이 대부분 다 고위직으로 가 경쟁이 더 치열해 질 것"이라며 "수은을 거치면 다음을 꿈꿀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돼 일종의 '알짜배기 징검다리'가 됐다"고 말했다.IBK기업은행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앞서 기은의 경우 윤종원 행장의 임기가 내년 1월2일까지로 6개월 정도 밖에 남지 않았고, 정권 교체기에 행장이 중간에 교체된 사례가 없었단 점 등에서 완주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윤 행장이 국무조정실장으로 내정됐다 무산되면서 상황이 애매해졌다. 일각에선 이미 이임식 일정까지 잡았던 마당에 그가 행장직을 그대로 수행하기엔 부담스러울 것이란 관측도 많다. 더군다나 기업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국책은행장들이 교체되고 있는 분위기다.만약 새 행장이 올 경우 내부 출신이 아닌, 관료 출신을 앉히는 한 기은은 또 다시 '낙하산 논란'에 부딪힐 수 있다. 윤 행장 역시 기업은행에 10년간 이어진 내부 승계 관행을 깨고 온 외부 인사였다. 따라서 2020년 1월 윤 행장은 취임 당시 '낙하산 인사'를 비판하는 노조의 강한 저지에 부딪혀 한 달 가까이 출근을 하지 못했었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 안팎에서는 중소기원 지원 등 핵심 업무 공백 상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뜩이나 기업은행은 새정부 출범 후 은행 뿐 아니라 주요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인선도 '올스톱' 되는 등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다.금융권 관계자는 "국책은행이 대선의 전리품이 된 지는 오래지만,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짙은 금융 환경에서 반복되는 소모적 논쟁은 큰 후유증만 남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