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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통신3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이 장관, 구현모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연합뉴스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이동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가 처음으로 만나 자리에서 5세대 이동통신(5G) 중간요금제 출시를 공식화했지만 ‘이변’은 없었다. 정부는 7월 중간요금제 출시를 요구해왔지만 요금제 설계, 시스템 적용 등을 이유로 통신사들이 미루면서 결국 8월로 출시가 미뤄졌기 때문이다. <조선비즈 2022년 5월 17일 “[기자수첩] 통신3사 ‘조단위 부당이득’ 과연 바뀔까”>통신들이 중간요금제 출시를 미루는 것은 수익 극대화와 관련이 깊다. 중간요금제 출시로 고가 요금제 가입자들이 하위 요금제로 이탈할 경우, ‘5G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5G 이용자들이 매월 25GB(기가바이트)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을 고려했을 때, 100GB 요금제에서 사용하지 못하고 남는 이른바 유휴 데이터 수익이 약 16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통신사들이 중간요금제 출시를 늦출 때마다 엄청난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중간요금제 8월 출시가 고물가에 따른 정부 대책과 국민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한 조치라기보다 수익 극대화와 오는 9월 국정감사를 앞둔 ‘정무적 판단’에 이뤄졌다는 것이다.11일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이종호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통신 3사 CEO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장관은 유영상 SK텔레콤(017670) 대표, 구현모 KT(030200)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032640) 대표를 만나 물가 상승에 따른 국민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물가 대책을 바라보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장관은 “최근 공공요금 인상과 소비자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경제뿐만 아니라 국민의 민생안정도 절실한 상황이다”며 “국민의 필수재인 통신서비스의 접근권 제고, 선택권 확대를 위해 이용자 수요에 맞는 5G 요금제가 출시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5G 중간요금제, 결국 8월 출시이날 SK텔레콤은 월 5만9000원에 데이터 24GB를 제공하는 내용의 ‘5G 중간요금제’를 담은 요금제 신청서를 정부 측에 제출했다. SK텔레콤이 제출한 요금제가 단일 요금제인지, 2개 이상의 다구간 요금제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심사 중인 요금제에 대해 언급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앞서 지난 5월 30일 정부는 ‘긴급 민생 안정 10대 프로젝트’ 중 하나로 5G 중간요금제 도입을 제시해 올해 3분기부터 출시를 유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현재 5G 요금제는 10~12GB(5만5000원)와 110~150GB(6만9000원~7만5000원)로 양분된 상태다. 5G 요금제 이용자 월평균 데이터 이용량이 23~27GB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해, 중간 구간의 요금제 출시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또 5G 가입자 수가 2400만명을 넘어서면서 요금제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의 모습. /연합뉴스문제는 출시 시점이다. SK텔레콤이 다음 달 초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하면, 이후 KT와 LG유플러스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고물가 상황에서 5G 중간요금제 출시를 지난 4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지난 5월에는 범정부 민생안정대책에서 중간요금제 출시 유도를 발표했다. 최근 물가 고공행진 상황을 반영해, 정부는 최대한 이른 7월쯤에 중간요금제 출시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일정이 촉박하다는 통신사의 요구에 결국 중간요금제는 8월로 미뤄지게 된 것이다.통신사 입장에서는 중간요금제 도입을 한 달만 늦추더라도 막대한 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5G 100~110GB(기가바이트) 요금제 가입자수는 약 505만명쯤으로 추산되는데, 1인당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44GB(기가바이트) 수준이다. 1GB당 통신사들이 500~600원 정도 요금을 책정한다고 하면, 중간요금제를 한 달간 미뤄도 가입자들이 사용하지 못한 유효 데이터 수익이 1600억원으로 추산된다.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중간 요금제를 각 사가 검토해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며 “(다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통신사들이 여러 가지 큰 재무적 압박을 받게 돼 있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 간담회에서 각 부처 장관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정부는 高물가 비상인데…통신사 CEO “적절한 타이밍”일각에서는 정부가 통신사의 정책에 끌려다닌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도 장관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5G 중간요금제를 도입하기에 적절한 타이밍이다”라고 언급했다. 사실상 고물가 상황에서 정부의 물가대책에 발을 맞추기보다 5G 가입자가 2300만명을 넘어서면서 요금제 다변화의 필요성에 의해 결정했다는 의미다.앞서 통신 3사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중간요금제 필요성을 묻는 질의에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상 오는 9월 국정감사를 앞둔 8월이 최적의 출시 시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정부도 통신사의 중간요금제 출시가 간절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6%를 기록하는 등 고물가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비의 경우, 물가에서 약 5%에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직접적으로 숫자를 낮출 수 있다. 특히 매달 꼬박꼬박 지출되는 통신비는 국민의 체감 물가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고물가가 부담스러운 정부 입장에서 톡톡한 효과를 볼 수 있다.정부 관계자는 “통신비가 물가에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국민의 체감 물가 인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며 “중간요금제는 물가 상승률 숫자를 직접적으로 낮출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중간요금제뿐만 아니라, 5G 저가요금제에 대한 논의도 검토될 전망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