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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논란의 한-베트남 석탄발전사업

편집자주

국내 일간지 최초로 2017년 베트남 상주 특파원을 파견한 <한국일보>가 2020년 2월 부임한 2기 특파원을 통해 두 번째 인사(짜오)를 건넵니다. 베트남 사회 전반을 폭넓게 소개한 3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급변하는 베트남의 오늘을 격주 목요일마다 전달합니다.
베트남 중부 하띤성 주민들이 올해 4월 붕앙1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온 폐기물의 안정적인 처리를 요구하는 시위를 집단 시위를 하고 있다. 딴니엔 신문 캡처

베트남 중부 하띤성의 끼러이 마을 주민들은 빗물이나 우물물을 더 이상 먹지도 쓰지도 않는다. 2014년 마을 인근에 붕앙1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된 이후 물 색깔이 확연히 변한 데다, 구토를 하는 등 병에 걸린 아이들이 갑자기 많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주민들은 한 달 생활비의 3분의1이 넘는 100만동(5만원)을 생수 구입에 사용하고 있다. 요즘엔 시름시름 병을 앓는 어른들도 부쩍 늘었다. 지역 보건소 집계를 보면 2017~2018년 심혈관 및 뇌졸증 환자가 105명이나 나와 14명이 숨졌다.

이들은 “2016년 붕앙1 옆 포모사 제철소가 독성 화학물질을 무단 배출해 물고기가 폐사했을 때보다 지금의 공포가 훨씬 크다”고 토로한다. 끼러이 꼬뮌(지역공동체)은 지원을 받아 주민들을 최대한 빨리 이주시키려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붕앙1도 모자라 한국 업체가 건설하는 붕앙2 발전소까지 들어선다는 소식을 들어서다. 주민 A씨는 28일 “이미 활력을 잃은 농촌 마을에 왜 더 큰 고통을 주려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당신들 나라(한국)라면 돈벌이가 된다고 ‘죽음의 땅’에 석탄발전소를 짓겠느냐”고 반문했다.

수익성 예측과 어긋난 한전의 선택

베트남 중부 하띤성에 지어지는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조감도. 뱅크트랙 캡처

1,200메가와트(MW) 용량의 붕앙2 발전소는 한국전력(한전)이 삼성물산ㆍ두산중공업과 함께 건설하고 운영도 할 계획이다. 총 사업비만 22억달러(2조6,000억원)로 2025년 1월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중국 중화전력공사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석탄발전 규제 흐름을 고려해 사업에서 철수하자 지분을 인수, 이달 5일 붕앙2 투자 안건을 이사회에서 최종 의결했다.

한전은 세계 석탄발전산업 1위인 중국마저 철수한 붕앙2 사업을 강행하는 이유로 막대한 수익 보장을 꼽는다. 베트남 경제가 한창 성장하는 만큼 산업전력 수요도 늘어날 게 자명한 데다, 25년간 발전소 운영권도 확보해 사업성이 충분하다는 논리다. 환경오염 우려는 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하는 초초임계압 기술과 친환경 설비로 통제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렇게 간단한 문제일까. 중국과 미국이 그걸 몰라서 사업에서 발을 뺀 것일까.

한전의 주장은 우선 수익성 예측에서부터 글로벌 분석기관과 어긋난다. 한전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붕앙2 발전의 사업타당성을 0.523으로 책정한 점을 강조한다. '사업성 있음'(0.5) 기준을 충족한 만큼 남는 장사가 확실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발전 분야 전문 연구기관 ‘에너지포스트’의 판단은 다르다. 기관은 향후 아무런 리스크가 없는 석탄화력발전의 평균 기대수익률을 4.3%로 예측한 뒤 석탄발전에 부과되는 온실가스(탄소) 가격이 톤당 2달러만 올라도 수익률 6.2%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1달러가 더 오르면 수익률은 무려 12.8%까지 곤두박질칠 수 있다.

탄소가격이 고정되고 발전소를 20년 동안 운영하는 가안을 적용해도 기대수익률은 1.3%에 불과하다. 에너지포스트는 30년이 되더라도 수익률은 당초 기대치에 못 미치는 3.3%에 그칠 것으로 봤다. 하지만 탄소가격은 친환경 정책 확산 여파로 상승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한전의 운영 기간은 25년이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계산해도 평균 기대수익률을 맞추기 어렵다는 얘기다.

현지 전문가들도 한전의 투자에 의아해 하고 있다. 단적으로 베트남 중앙정부는 지난해 ‘대체에너지’를 통한 전기수급 안정화 결의안(NO. 55-NQ)을 발표했다. 결의안에는 10년 후 베트남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15%를 줄이고, 2045년에는 최대 20%까지 감소시키겠다는 목표가 담겨 있다. 한전의 발전소 운영 기간과 정확히 일치한다. 여기에 베트남은 최근 유엔에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전망치(BAU) 대비 9% 더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목표 달성도 충분히 가능하다. 베트남이 지난 10년 동안 집중 육성한 대체에너지 개발 사업은 본 궤도에 오른 상태다. 실제 국제금융 싱크탱크 ‘카본 트래커’는 올해 베트남 태양광 발전 생산 단가가 석탄화력보다 낮게 형성될 것으로 예측했다. 풍력발전 역시 내년에는 석탄화력에 가깝거나 더 저렴해질 것으로 보인다. 붕앙2 완공 이전에 베트남 대체 에너지 산업이 확실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일관된 관측이다.

주요 국가 석탄발전소 폐쇄 현황. 그래픽=박구원 기자

친환경 장착하면 추가 비용 눈두덩이

베트남 중부 하띤성에 위치한 붕앙1 석탄화력발전소 전경. 낀데바무이쯔엉 신문 캡처.

‘청정 발전’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의지도 확고하다. 기존 에너지산업 운영 주체에 친환경 설비 구비 등을 요구하며 온실가스 감축 요구치를 충족시키라고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한전 입장에선 예상치 못한 대규모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시나리오다. 지방성(省)들 역시 중앙정부 구상에 적극 호응하기 시작했다. 남부 칸호아성은 21일 홍수 피해를 유발하는 수력발전사업 4개를 전격 해제했으며, 하띤성은 석탄발전을 장기적으로 액화천연가스(LNG)로 전환하는 내용의 하부 시행령을 추진할 방침이다. 베트남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중앙정부 결의안이 지방에 잘 투영되지 않는 특성을 감안할 때 지방성의 움직임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석탄발전도 결국 주무 감독청인 지방정부의 강력한 변화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트남 환경단체들은 “기술 역량으로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다”는 한전 측 주장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붕앙2의 이산화황(SO2) 배출 허용기준이 한국보다 대략 4배나 높고, 미세입자 물질(PM)은 8배나 더 뿜어대도 규정 위반이 아니다. 가뜩이나 수익 전망도 애매한 상황에서 초초임계압같은 까다로운 기술을 적용하겠느냐는 의심이다. 석탄 배송 시 환경오염과 폐기물의 안정적 처리 등 해묵은 논란 역시 여전하다.

국·내외에서 논란이 이어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2021년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2050년 탄소 중립'을 전격 선언했다. 전날에는 삼성물산이, 같은 날 한전도 "붕앙2 사업 이후 해외 석탄화력발전산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에 동참했다. 이미 진행된 사업은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제2의 붕앙2 사업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한전은 향후 사업 추진 과정에서 환경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도 약속했다. 한전 측은 "발전소 부지 인근 주민들과 수차례 간담회를 가지며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며 "베트남 정부와 공문을 통해 시행키로 확정한 초초임계압 설치도 약속대로 진행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수익성 논란에 대해서도 "정부 보증이 있어 25년의 운영기간 중 베트남 측 사유로 사업이 정지되면 나머지 요금을 다 수령할 수 있다"며 "환경오염 최소화와 수익성 확보를 동시에 달성해 '한국은 다르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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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밤 유 본부장에 통보, 사실상 자진사퇴 권고
BBC "나이지리아, 164개국 중 104개국 지지 받아"
정부 "사퇴 없다"에도 "오래 버티기 힘들 것" 관측
문 대통령 "낙관, 비관 않고 끝까지 최선 다할 것"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후보인 유명희(왼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전 나이지리아 재무장관. [AFP]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에 도전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결선 라운드 164개국 회원국 투표(선호도 조사)에서 나이지리아 후보에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총장 선출 과정을 주관하는 데이비드 워커 WTO 일반이사회 의장은 28일 밤 유 본부장에 "나이지리아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선호도 조사에서 득표를 많이 해 응고지 후보를 추대하기로 했다"고 공식 통보했다.

WTO 일반이사회가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새 사무총장에 추대한다고 밝힌 것은 사실상 유 본부장에 대한 자진 사퇴 권고 성격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핵심 이사국들이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WTO를 이끌 차기 수장으로 제안했다"며 "WTO 25년 역사상 첫 여성 및 아프리카 출신 수장이 나올 수 있도록 길을 연 것"이라고 평가했다. BBC 방송도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아프리카연합(AU) 41개국, 유럽연합(EU) 27개국을 포함해 과반(83개국)을 훨씬 넘는 104개국의 지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한 고위 소식통은 이와 관련,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과반을 득표할 것은 예상했지만,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며 "상황이 비관적이긴 하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등 강대국 간 물밑 협의에 따라 회원국 지지가 바뀌어 1차 투표 결과를 뒤집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EU도 유 본부장으로 컨센서스가 이뤄지면 거부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라고 덧붙였다.

청와대와 정부는 일단 "유 본부장의 자진 사퇴는 없다.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미국의 강력한 지지를 바탕으로 회원국 전체 컨센서스를 이루는 시한인 11월 7일까지 막판 뒤집기를 노리겠다는 뜻이다. 미국이 친중 성향의 오콘조이웰라 후보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미·중 간 막판 교통정리로 유 본부장이 당선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가 25일 재외공관에 "주재국 정부의 유명희 본부장 지지 여부를 파악해 유 본부장 지지를 권유하라"는 전문을 보낸 것도 거부권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오전 2021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여야 대표들과 만나 "정부는 지금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04 대 60이란 압도적 표차가 난 상황에서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기 쉽지 않아 유 본부장이 오래 버티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11월 3일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것도 변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유 본부장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지만, 정권이 교체된다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학과 교수는 “결국 WTO도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바뀌는 미국 대외정책 기조를 보고 난 뒤 사무총장을 선출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차기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가 유 본부장에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효식, 세종=김남준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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