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소상공인, 코로나에 막힌 판로 ‘라이브커머스’로 뚫는다
순햇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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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네이버 새 판매채널로
비대면 판매·적은 수수료 이점
판매자 자율권 높아 이용 급증
수출 막혔던 과일업체 코코마켓
그립서 천혜향 등 3t 판매하기도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그립'의 모바일 실시간 방송 화면 그립 제공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라이브커머스로 활로를 찾고 있다. 코로나19로 수출과 오프라인 매출이 급격히 줄어든 공백을 온라인 생방송 판매로 만회하면서 성장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비대면 물건 판매가 가능하고 TV홈쇼핑, 이커머스 등에 비해 비용부담이 낮은 것도 매력적이다. 라이브커머스 전문 플랫폼 그립부터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까지 관련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새로운 판매채널로 자리 잡고 있다.
■2023년 국내 라이브커머스 규모 10조
18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소상공인(중소상공인)이 판로 확대를 위해 라이브커머스로 몰려들고 있다. 라이브커머스는 실시간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채널이다. TV홈쇼핑이 모바일에 적용된 셈이다. 중소상공인들은 라이브커머스의 △비대면 판로 △적은 수수료 △자율권에 주목하고 있다. 라이브커머스는 TV홈쇼핑 보다 수수료율이 더 낮다. 판매자가 직접 방송하기 때문에 송출수수료, 콜센터, 물류 등 제반비용이 들지 않아서다. TV홈쇼핑 수수료는 매출액의 약 30%에 달하지만 라이브커머스 수수료는 플랫폼 별로 매출액 대비 3%~20% 수준이다. 판매자 입장에서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판매하면 유통수수료가 낮기 때문에 소비자를 위해 더 높은 할인을 제공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또 라이브커머스는 판매자에게 높은 자율권을 부여하고 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다양한 시공간에서 방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방, 농장, 캠핑장 등 상품을 판매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에서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진행할 수 있다. 광고모델, 인플루언서 등 다양한 사람을 초청해 방송 규격에서 벗어나 생동감도 갖췄다. 이는 기존에 홈쇼핑 채널을 고려하지 않던 다양한 기업들이 라이브커머스 판매자로 유입되는 주된 이유다.
실제 과일 수출업체 코코마켓은 코로나19로 매출이 95%이상 감소하는 위기를 맞았지만,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그립'에서 천혜향과 한라봉 등에 대한 실시간 판매 방송으로 3t가량 판매했다.
충남 금산에서 패션 매장을 운영하는 모노타임은 10월 한달간 7회 라이브를 진행해 42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국 런던 현지에서 패션잡화 등을 소개하는 런던매니아는 실시간 방송 90분 동안 약 1500만원 매출을 기록했다. 네이버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쇼핑라이브'를 이용한 결과다.
김한나 그립 대표는 "라이브커머스는 상품에 다양한 정보들을 영상을 통해 충분히 전달하기 때문에 판매자, 구매자 모두 기존 이커머스 대비 만족감이 크다"며 "판매자와 소비자의 실시간 대화 등으로 신뢰가 높아 지난달 그립 반품률은 0.9%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는 올해 4000억원선에서 오는 2023년에는 10조원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김한경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존 홈쇼핑 구매에 익숙한 중장년층이 코로나19로 온라인쇼핑시장에 새롭게 유입되고 10~30대는 동영상을 통해 쇼핑하는 경향을 이어가면서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라이브커머스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플랫폼 서비스 경쟁열기 고조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은 초기 단계이지만 플랫폼이 다양해지고 비대면 판매가 늘면서 고성장 기대감이 높다.이 때문에 △전문 라이브커머스 및 온라인몰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사업자 △백화점 등 유통사업자 등이 잇따라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가장 먼저 뛰어든 곳은 그립이다. 2018년 8월 설립된 국내 첫 라이브 커머스 전문 플랫폼으로 백화점 입점 숍 매니저, 지방 소상공인 등 누적 입점업체가 6800개에 이른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6배 증가한 규모다. 등록상품만 4만7000개다. 하루 평균 라이브방송 횟수는 약 400회이고, 누적 그립 앱 다운로드 수는 120만건에 달한다. 네이버가 뛰어들면서 경쟁열기는 고조되고 있다. 지난 3월 라이브커머스 기능을 시작해 8월부터 쇼핑라이브로 정식 개편해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5월 베타서비스 시작 이후 지난달 12일 카카오쇼핑라이브를 정식 출범했다. 네이버 쇼핑라이브는 정식 오픈한지 3개월 만에 누적 방송뷰 수 3000만을 넘어섰다. 지난달 판매자 수는 8월 대비 2배로 급증했다. 카카오쇼핑라이브도 현재까지 85회 방송해 회당 평균 시청 횟수가 10만회를 기록하는 등 이용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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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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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내 생일이었다. 그 생일을 맞이하기 전까지 나는 그닥 생일에 의미를 두지 않았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상에 나온 일인데, 뭐, 그게 축하받을 일인가? 시큰둥했고,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그런 생일에 대한 내 시답잖은 생각을 바뀌게 해준 이가 있었다. 오랜 문우로 소설을 쓰는 동인이었다. 그때 나는 가족과 떨어져 혼자 생활하고 있었는데, 그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우울증도 찾아왔고, 모든 게 귀찮기만 했다. 생일 아침, 가족들 누구도 그날이 내 생일이라는 걸 알지 못했다. 평소에 생일 같은 기념일에는 무심히 살아온 터라 서운하지도 않았다. 다만 깊어가는 겨울정취에 마음만 좀 스산하고 한기가 들었을 뿐이다.
그날, 느지막이 일어난 나는 베란다의 블라인드를 걷고 밖을 내다보았다. 아파트가 대로변에 위치해 있어 베란다에 서면 사거리 교차로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차들은 어디론가를 향해 씽씽 내달리고 있었고, 인도의 가로수들은 바람 한 줄기에도 우수수, 이파리들을 털어내고 있었다. 가장 겸허하고, 가장 가벼운 몸으로 겨울을 맞는 나무의 지혜가 새삼스러웠다. 세상은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는데 나만 그 세상의 피댓줄에서 벗어나 있구나 싶어 살짝 감상적이 돼가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현관문의 벨을 눌렀다. 누구지? 문을 열어보니 그 친구였다. 그녀는 양손 가득 무겁게 보퉁이를 들고 힘들게 서 있었다. 이게 뭐야? 나는 일별하며 물었다. 네 생일이잖아. 미역국이랑 밥해 주려고. 그 친구는 현관문을 막고 서 있는 나를 밀고 들어와 바리바리 싸들고 온 물건을 싱크대 한쪽에 부려 놓았다. 집이라도 가까우면 모를까, 도시의 정반대 끝자락에 사는데 여기까지 그 무거운 것을 들고 오다니. 그 친구는 뚝딱 생일상을 차려냈다. 나는 친구가 만들어준 뜨거운 미역국에 밥을 말아먹으며 처음으로 타인이 보내는 축하의 의미가 얼마나 큰지를 깨달았다.
그 축하인사는 내 살아온 날들에 대한 위로이자 살아갈 날들에 대한 응원이었다. 그 친구는 지금도 거르지 않고 생일이면 축하인사를 건네온다. 서로 살기 바빠 소식이 뜸하다가도 어김없이 생일이면 전화로라도 축하인사를 보내온다. 수첩을 뒤지고, 날짜를 기억하고, 틈을 내 전화하거나 시간을 함께하는 일. 그 일은 정성이자 마음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생일을 축하하고, 축하받는 일처럼 존재를 확인시켜 주는 일도 또 없을 것이다. 있는 그대로를 미쁘게 바라보고, 존중하며 앞으로도 그러하라는 기원의 의미가 그 축하인사에 담겨 있으니, 이보다 더 따듯하고 힘이 되는 말이 어디 있을까. 그 뒤로 나는 생일 축하인사만큼은 아끼지 않는다. 축포를 쏘아올리고, 축하노래까지 부르지는 않더라도 전화라도 걸어 이 세상에 함께 해주어서 고맙다는 마음을 전한다. 세상에 그대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해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은미희 작가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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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희 작가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