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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1960년 12월30일 현실에 반영된 기명투표의 ‘넌센스’

볼펜 크기의 도장 끝에 인주를 묻히고, 투표지에 콕! 민주시민인 우리는 살면서 참 많은 투표를 경험합니다. 대통령 선거부터 초등학교 학생회장 선거까지, 규모는 달라도 투표하는 방식은 대개 비슷합니다. 후보 이름이 적힌 투표지를 받고, 내가 뽑고 싶은 후보의 이름 옆에 도장을 찍죠. 이런 투표 방식을 ‘기표투표’라고 하는데요. 오늘날 한국의 공직 선거는 바로 이 ‘기표투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김상민 기자
그런데 다른 투표 방식도 있습니다. 후보자의 이름을 투표지에 직접 적어 내는 ‘자서투표’, 이른바 ‘기명투표’입니다. 분류가 쉽지 않고 문맹자는 투표를 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서 오늘날 자주 사용되는 방식은 아닌데요. 60년 전만 해도 한국은 이 ‘기명투표’ 방식으로 선거를 치렀다고 합니다.

한국 최초의 기명투표는 1960년 12월29일 서울시장 선거였습니다. 그해 4.19 혁명이 불러온 민주화의 바람 덕에 원래 임명직이던 서울시장과 도지사를 민선으로 처음 뽑았는데요. 처음 받아 보는 투표용지 앞에서 유권자들은 혼란을 겪었던 모양입니다. 무효표가 15~20%에 달했거든요. 투표지에 자기 의견을 적어 낸 창의적인(?) 무효표도 있었고, 글이 능숙하지 못해 소중한 투표권을 잃어버린 안타까운 무효표도 있었습니다.

60년 전 이날 경향신문은 한국 선거사상 최초의 기명투표에 나타난 ‘무효표 천태만상’을 다뤘습니다. 오래 전 이날 나온 다양한 무효표들을 만나보시죠.

1960년 12월30일 경향신문
기사는 종로 갑·을 개표장에서 나타난 무효표 사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 유권자는 후보자 이름 ‘김상돈’을 적어 놓고, 칸 밖에 “양심적으로 하시요”라고 당부의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양심적인 정치를 바란 그의 마음은 아쉽게도 무효표가 돼 버렸습니다.

한 유권자는 투표지에 장문의 글을 적었습니다. “김상돈씨와 장기영씨, 어느 쪽으로 결정할지 생각한 결과 장기영씨로 결정했습니다. 서울시의 살림을 잘 해주시요. 모 여인으로부터.” 기사는 이 투표지를 두고 “애틋한 시민의 하소연이 이름 석자를 적는 것으로는 풀리지 않았는지, 혹은 시민감정을 표시한 야유인지, 아무튼 난처한 무효표”라고 평가했습니다.

소중한 한 표가 무효로 처리될까봐 걱정했는지, 후보자 이름 위에 동그라미를 정성껏 그려넣은 이도 있었습니다. 후보자 이름을 적어 온 쪽지를 투표지에 풀로 붙인 사례도 나왔죠. 서울시선거위원회가 보낸 후보자 일람표 위에 인주를 찍어 낸 표도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1960년 서울시장 선거 개표 현장. 국가기록원 제공
압권은 유권자 본인의 이름을 적은 무효표였습니다. 꽤나 정성들여 적었다는데요. 기사는 “이쯤 되고 보면 선거가 무엇인지부터 계몽해야 할 판”이라며 “나는 분명히 기권하지 않았다는 증거는 됐을 것”이라고 한탄하네요.

“눈물을 핑 돌게 하는” 무효표도 나왔습니다. 글을 쓸 줄은 모르지만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 투표장에 나온 문맹자들의 무효표입니다. 소중한 주권이 ‘지식의 벽’에 안타깝게 가로막힌 셈이죠. “예를 들면 어렵사리 ‘ㅈ’을 적어놓고 그 오른쪽에 아물아물 기억해둔 획수를 잊어버렸음인지 그적거리고는 기특하게도 이름 두 자는 ‘기영’이라고 알아볼 만큼 적었다”고 하네요. 김상돈 11대(초대 민선) 서울시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우당탕탕 첫 기명투표의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양심적으로 하라”는 따끔한 당부를 받은 민주당의 김상돈씨가 초대 민선 서울시장으로 당선됐습니다. 하지만 어렵사리 얻은 민주주의는 다시 어둠으로 빠지게 됩니다. 바로 다음 해에 5.16 군사정변이 일어났거든요. 김상돈 시장도 시장직을 내려놓습니다. 요란법석 좌충우돌하는 민주주의라도 그 자체로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생각해봅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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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233명이 추가 확진돼 누적 확진자가 761명으로 집계된 29일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자필로 쓴 글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종이에는 '살려주세요 질병관리본부 지시 확진자 8명 수용'이라고 적혀있다. /뉴시스

2차례 음성 판정 후 이송됐으나 '확진'

[더팩트ㅣ박나영 기자] 서울동부구치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규모 집단감염 사태로 법무부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관련 첫 사망자가 발생한 데 이어 다른 교소소로 이감된 수용자들까지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확산 우려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29일 법무부에 따르면 이날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코로나19 관련 첫 사망자가 나왔다. '굿모닝시티 분양 사기' 사건의 주범 윤창열(66) 씨로 지난 23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다음날 형집행정지가 결정돼 출소했다. 평소 만성신부전으로 혈액투석을 받는 기저질환자로, 코로나19 전담 혈액투석실이 있는 병원에 입원했으나 증세가 악화돼 사망했다.

이날 서울남부교도소에서 수용자 16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지난 23일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두차례에 걸쳐 실시된 전수검사 결과 모두 음성 판정을 받고 이감된 수용자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 강원북부교도소로 이송된 수용자 중에서도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서울동부구치소를 방문해 코로나19 집단 발생과 관련 현황보고를 받고 교정시설 내 코로나19 대응 실태 점검에 나섰다. 추 장관은 특히 수용자 상태별 분리 수용과 수용률 감소를 강조했다. 그러나 확진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다른 교도소까지로 확산되면서 조기 진압에 나서지 못한 법무부 책임론이 커지는 모양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9일 오후 2시 서울동부구치소를 방문해 코로나19 집단 발생과 관련 현황보고를 받고 대응 실태를 점검했다. /법무부

한박자 늦은 전수검사와 접촉자 조기 분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이 집단감염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동부구치소의 코로나19 최초 확진자 발생은 지난달 27일이지만, 전수검사는 지난 13일에야 직원 대상으로 실시됐고, 수용자 대상 전수검사는 그보다 5일이 더 지난 지난 18일 수용자 확진자가 발생한 후에야 이뤄졌다.

수용 공간 부족으로 확진자와 접촉자, 비접촉자 분리가 이뤄지지도 못했다. 집단감염 발생 후 확진자는 독거실, 비확진자는 혼거실에 분리 수용됐는데, 무증상 감염자들 일부 혼거실로 분류됐고 이후 전수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게 된 것이다.

서울동부구치소의 수용밀도를 낮추기 위해 수용자 170명을 서울남부교도소, 경기여주교도소, 강원북부교도소로 이송 조치했지만 또다른 감염을 낳으면서 법무부의 방역대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날 자료를 내고 전수검사가 늦어진 원인이 지자체와 협의점을 찾지 못한 데 있다고 해명했다. 지난 14일 최초 확진자 발생시 전수검사 필요성을 제기했으나 서울시와 송파구 등 지자체에서 '향후 추이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 추진이 불가능했다는 설명이다.

법무부의 이같은 해명은 유관기관 사이의 잡음마저 낳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 법무부 발표 이후 자료를 내 "서울 동부구치소 집단감염과 관련한 전수조사 건은 4개 기관이 충분한 협의를 거쳐 합의된 사항이었음에도 사실과 다르게 서울시와 송파구에 일방적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법무부의 태도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법무부의 주장처럼 서울시와 송파구가 독단적으로 방역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법무부는 전날 서울동부구치소 수용자 전수조사 결과 233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18일과 23일 전수검사에서 음성 판정 받았던 1689명에 대한 세번째 전수조사 결과 추가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것이다. 이로써 서울동부구치소 관련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748명으로 늘었다.

bohen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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